불쌍한 종

#1.

서울의 아주 유명한 대형교회에서 사역하시는 어떤 목사님이 트위터를 열심히 하신다. 팔로우어 수가 1만5천 명이 넘는다. 오랫만에 트위터에 들어갔다가 모처럼 연락을 드렸다. 직접 답장이 왔다.

“은혜로…은혜로…잘 지냅니다. 불쌍한 종이 하나님께서 주신 일 충성으로, 그리고 전심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불쌍한 종’이라는 표현이 눈에 쏙 들어왔다. ‘그 분이 불쌍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인간 앞에서는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불쌍한 존재가 우리인 걸 말씀하는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는 인간적인 조건으로 인해 때로는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부러움을 사기도 하는 것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불쌍한 존재이다. 하나님의 긍휼히 여겨주심을 입어서 비로소 생명답게 살게 된 사람인 것임에는 그분이나 나나 매한가지인 것이다.

#2.

전주안디옥교회 이동휘 목사님이 계시다. 건물을 깡통가지고 지었다고 해서 깡통교회로 유명한 분이셨다. 선교사만 이백가정 정도 파송했고, 선교비로 교회예산의 절반 이상을 쓰는 헌신적인 교회이다. 십여년 전에 그분의 설교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선교한국대회로 기억된다.

“제가 어딜 봐서 목사로 생겼습니까? 9급 동 서기처럼 생기지 않았습니까?”

희한한 말씀이었다. 자기는 동사무소에서 심부름이나 하는 9급공무원만 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기막힌 표현이었다. 당시는 공무원이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가 않았다. 대졸은 커녕 고졸도 우습게 여기는 것이 9급공무원, 그중에서도 동서기였었다. 그분은 자신이 목사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너무나 희한한 은혜이며, 과분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가슴에 다가왔다.

#3.

전에 뉴욕에 있을 때 함께 했던 청년이 뉴시티교회에 잠시 방문했다.

“그 때 참 좋았어요. 그런 목자를 우리가 만난 적이 없었어요.”

불현듯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슬며시 물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어?”

벌써 3,4년 전 일이었다.

“그런 따스함,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금요일에 힘든 일을 마치고 기도회 하러 교회로 올 때 마음이 얼마나 기쁘고 좋았었는지 몰라요.”

사실 그 때 기억은 나와 아내에게도 천국으로 남아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나님이 주셨다. 그때 그 공동체에서의 경험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아내는 하던 공부를 내려놓았다. ‘교회공동체가 이렇게도 좋을 수 있는 것이구나.’

#4.

지금은 뉴시티교회이다. 과분한 은혜이다. 희한한 은혜이다. 작년 11월에 고민수 전도사 부부와 모여서 처음 기도하기 시작할 때에 성도는 한 명도 없었다. 1년간 하나님이 기적을 주셨다. 은혜 없이 살 수 없다. 하나님의 불쌍히 여기심을 받아 겨우 생명답게 살게 된 너와 나, 우리들이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받아 사는 인생들이다. 나도 그런 기도부탁을 드린다.

“불쌍한 종이 충성으로 그리고 전심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뉴시티교회 오종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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