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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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팀 켈러의 일과 영성

목회와 신학
작성자
newcity church newcity church
작성일
2018-10-17 19:48
조회
1734
서평: 팀 켈러의 일과 영성 (목회와 신학 2014년 1월호)

팀 켈러의 일과 영성

오종향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 박사 수료 (인사조직 전공),  뉴시티교회 담임)

 

옷을 팔아서라도 이 책을 사라. 팀 켈러 (Timothy J. Keller)의 책들은 옷을 열 벌 팔아서라도 사라. 이 책을 열 권씩 사서 동료에게, 친구에게 나누어 주라. 일에 대해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실제적인 책이 나왔다. 일에 대해 단편적인 분석이나 어색한 동기부여를 하는 책이 아니다. 일이라는 주제에 대해 성경적 복음을 가지고 전체 조망을 실제적으로 하는 책이다. 최근 미국 교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이며, 저자이며, 사상가인 팀 켈러가 쓴 책이다.

팀 켈러 목사는 목회 초반기 10년은 시골의 농촌 마을에서 보냈다. 그후 수년간은 신학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후 25년 동안 뉴욕 맨해튼에 있는 리디머교회를 개척하여 가장 세속적이고 물질주의적이고 출세와 성공의 욕망으로 가득찬 회중을 상대로 복음사역을 했다. 그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못 배운 사람과 많이 배운 사람, 신앙이 없는 사람과 신앙을 가진 사람 모두가 귀기울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필자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 리디머교회를 출석하면서 느꼈던 놀라움이 있었다. 그것은 팀 켈러 목사가 어떤 주제에 손을 대든지 복음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복음으로 꿰뚫어 풀어낸다는 점이었다. 흔히 복음으로 시작해서 율법으로 끝나거나, 복음으로 시작해서 세상지혜로 마치고 마는 교계의 현실 속에서, 팀 켈러의 복음에 대한 일관성있는 헌신은 정녕 놀라운 것이었다.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리디머교회와 팀 켈러의 모토였다. 이 책 “일과 영성”에서도 그의 탁월한 복음사역들이 펼쳐진다. 일에 대하여 단순히 성경구절 몇 개를 던지거나 단편적인 묵상들을 나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에 대하여 복음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일이 무엇인지, 일의 함정이 무엇인지, 일의 소망이 무엇인지를 풀어낸다. 일에 대해 고민하는 누가 읽어도 큰 도움이 될 책이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은 역사상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전세계 노동시간 1위를 자랑하는 한국인은 더말할 것도 없다. 우리들의 많은 고민은 일터와 관련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교인들이 교회에서 들어온 성경적 가르침이라봐야 지극히 단편적인 것, 한 편에 치우친 것,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것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와 고민을 일과 관련하여 하는데, 교회에서는 그런 부분이 너무나 다뤄지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교인들과 교회들 사이에 일에 대한 극단적인 관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어떤 경우에는 일을 죄악시한다. 주님이 어서 오셔서 이 지긋지긋한 죄악된 세상을 끝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팀 켈러는 이이 대하여 인간의 타락 사건 이전에도 일이 존재했음을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일하시는 분이시며, 그분의 노동은 창조행위로 나타났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창설한 정원사셨고, 예수님은 가구와 집을 만드는 목수로 일하셨다. 인간의 타락 이전에 하나님은 첫 인류에게 에덴 동산을 가꾸며 관리하게 하셨다. 그것은 심히 좋은 일이었다. 창조하시며 일하시는 하나님처럼 우리도 무엇인가를 창출하고 만들고 관리하고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형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 자체는 좋은 것이며, 일을 통하여 무엇인가 추한 것이 아름답게 되고, 혼돈하던 것에 질서가 생기고, 가치 없던 것에 가치가 창출될 때에, 그것 자체가 하나님의 형상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이다. 팀 켈러는 책의 앞 부분에서, 그리고 일반은총에 대한 후반부의 장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준다.

둘째, 일에 대해 성직과 속직을 나누는 잘못된 이원론이 교인들 사이에 존재한다. 일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며 소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무엇이 신성한 일이냐 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답이 분명하게 나오는 것이다. 목사나 선교사가 되는 것은 ‘성직’이고,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거나, 상점에서 영업을 하는 것은 ‘속세’의 것이라는 이분법은 출발점 자체가 이교적인 것이지, 기독교의 것은 아니다. 교회에서 성가대로 봉사하는 것은 거룩한 봉사이고, 가수가 되는 것은 세속된 직업이라는 이분법은 틀렸다.

무슨 일을 만나든지 그 일들의 현장 속에서, 사람이 하나님을 찾아 만나려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고 애쓸 때에, 그것은 속된 일이 아니라 거룩한 일이 된다. 세속직이 아니라 성직이 된다. 그곳은 세상이 아니라 성소가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 일의 현장에서 우리를 만나실 것이고, 그 일의 현장에서 우리를 사용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복음성가 가수가 되거나, 전임 목회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직무의 현장에서 하나님을 찾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길을 걸으려는 애쓰지 않는다면, 결국 그 일은 성직이 아니라 세속직이 되고 말 것이다. 일과 일터가 거룩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일하는 존재로 부르셨기 때문이며, 일을 통해 가치를 만들게 하셨기 때문이며, 죄로 일그러지고 뒤틀어진 일터의 현장 속에서 하나님께서 성도와 동행하실 것이고, 성도를 사용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우리의 때론 고통스럽고 심드렁한 일의 현장에서 무한한 소망의 깃발로 드높이 흔들어야 한다. 에스더, 에스라, 느헤미야, 다니엘, 요셉이 이방 땅에서 성직자가 아닌 삶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사람들로 쓰임받은 것을 여러 책에 성령께서 기록하신 것은 일의 현장이 곧 하나님을 만나는 현장이 되리라는 소망의 헌장을 주신 것이다.

셋째, 일을 우상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의 무게가 너무 커져서 하나님보다 더 가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일을 통해서 우리의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일에서 우리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려고 하고, 일의 성과를 통해 우리의 자아실현을 이루려고 할 때, 일은 사람에게 우상적 지위로 군림하고 만다. 일은 하나님의 선물이며, 하나님이 인생에 주신 소명의 텃밭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자체가 우상이 될 때, 그래서 더 많은 소득을 목표로 해서 일하거나, 더 높은 지위를 위해서 일하거나, 더 많은 존경을 위해서 일할 때, 일은 다른 많은 것들을 뒤틀리게 하고 파괴시킨다. 일을 통해서 자기의 존재확인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세속의 목소리에 대해서, 팀 켈러는 칭의의 복음을 여기에 제시한다.

기독교의 은혜의 복음은, 우리가 하나님께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의 업적이나 공로나 성과에 의해서 아니라 (한국어 번역으로는 ‘행위’라고 했다), 하나님의 언약적 성실하심과 자비로우심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의 가치가 향상되었거나 우리가 그만한 공로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신 유일한 구원자 예수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통해서이다. 칭의의 복음을 넓고 깊게 펼쳐보면, 결국 우리의 존재가치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받아주신 것 가운데서 찾아짐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많은 경우 우리들을  일을 통해서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를 증명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일로서 자기를 평가하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기를 괴롭게 한다. 칭의의 복음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나를 증명해주시는 분은 그리스도이며, 나의 가치를 확인해 주신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임을 보게 된다. 내 인생의 가치는 하나님 앞에 완벽한 순종의 삶을 사시고, 십자가에서 “다 이루신” 예수님 안에서 발견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존재를 대속하는 ‘하나님의 어린 양’으로 오셔서, 우리가 살고 싶지만 살지 못하는 완벽한 삶을 사셔서 모든 율법을 다 순종하시고 모든 말씀을 다 성취하셨고, 우리가 갚고 싶지만 갚지 못하는 죄의 채무를 다 해결하셔서 하나님 앞에 우리가 떳떳함과 기쁨으로 나오게 하셨다.

그리스도인들이 흔히 머리와 입으로는 칭의, 대속, 십자가, 은혜 등을 고백하면서도, 실제의 삶의 현장 속에서 가슴과 손발로는, 나의 업적이나 성취를 쌓아서 그것으로 나의 인생을 구원하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뿌리깊은 자기구원 사상이 일에 대해 결부되어 있어서, 우리는 일이 우상이 되고 만다. 일을 통해 부요, 지위, 권력, 존경, 명예, 성취감, 만족감 등을 얻으려는 것이 우상이 되고 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다시 한번, 이런 것들은 일을 통해서 우리가 받게 되는 선물이자 부산물이며, 잘 사용할 때는 소명이 되지만, 잘못 추구할 때는 우상이 되고 만다. 소명과 우상은 한 발작 차이처럼 보이지만, 칭의복음 (예수님이 내 인생의 구원자이시다) 신앙으로 접근하느냐, 자기의 (내가 내 인생의 구원자이다) 신앙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너무나 달라진다. 일의 우상화에서 돌이키는 방법은, 일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첫 번째 경우), 속직과 세속직으로 보거나 (두 번째 경우)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들이 사실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이미 주어졌음을 깨닫고 붙드는 신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럴 때에라랴 일이 우상이 되지 않고 소명이 될 수 있다.

팀 켈러의 새 책 “일과 영성 (Every Good Endeavor)”에는 짧은 리뷰로는 담을 수 없는 풍성하고 실제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리디머교회에서 ‘일과 영성’은 가장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로서, 실리콘 밸리의 전직 사업가가 수장으로 섬기는 ‘Center for Faith and Work’을 운영하고 있다. 팀 켈러 목사는 매달 뉴욕의 직장인들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일에 대한 포럼을 열고 있는데, 신불신을 막론하고 수천 명의 뉴요커들이 그의 복음적 지혜에 귀기울이려 모여들고 있다. 그 포럼에 직접 가서 들을 수는 없는 수많은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의 풍성하고 실제적이며 복음적인 내용들이 새로운 돌파구로서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