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

(8) 목회자를 기르는 교회 - 캐피털 힐 침례교회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시리즈
작성자
newcity church newcity church
작성일
2018-10-13 22:01
조회
1214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시리즈 - 목회와신학 2014년 11월호

 

목회자를 기르는 교회 - 캐피털 힐 침례교회

오종향 목사 (뉴시티교회 개척 담임, 서울 서초동)

 

교회개척의 핵심은 목회자 훈련 사역이다. 이번 호에는 목회자를 키우는 가치에 헌신해온 캐피털 힐 침례교회 (Capitol Hill Baptist Church)를 소개한다. 이 교회의 담임 목회자인 마크 데버 (Mark Dever) 목사의 저술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목회자 훈련에 대한 초점은 보다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 교계에서 마크 데버 목사와 캐피털 힐 교회는 목회자 훈련은 왜 어떤 모습으로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1. 왜 캐피털 힐 교회가 중요한 교회가 되었는가?

마크 데버 목사의 캐피털 힐 교회는 역사가 136년이나 된 교회이다. 데버 목사는 약 20년 전에 쇠락하던 교회에 부임해서 강해적 복음 선포를 통해 교회를 회복하고 새롭게 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부임 10년이 넘은 시점부터 자연스럽게 목회자를 훈련하는 사역도 병행하게 되었다. 그동안 여섯 개 정도의 교회를 분립하거나 개척했다. 캐피털 힐 교회의 장년 성도 수는 1천 명 남짓이다. 그러나 영향력에 있어서는 어떤 대형교회 못지 않게 큰 존경을 받고 있으며, 많은 목회자들이 데버 목사와 그 팀에게 배우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왜 사람들은 대형교회가 아닌 교회의 지역교회 목사에게 귀를 기울일까? 그것은 마크 데버 목사가 목회자 훈련이라는 초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교회와 목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경적으로 고민하고 고뇌하고 그 우물을 수십년간 파왔기 때문이다.

마크 데버 목사는 대형교회 목사가 아니지만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캐피털 힐 교회의 다른 교역자들은 역시 대형교회의 교역자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있는 책들을 저술하고 있다. 한국에는 마크 데버 목사의 설교집과 교회론 서적이 일부 소개되어 있지만, 마크 데버의 지역교회에 대한 헌신, 목회자 훈련에 헌신은 지난 20년 동안 독특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캐피털 힐 교회에서 목회자 훈련을 담당하는 기구인 <나인 마크스 (9Marks)>는 한 해에 24개 정도의 컨퍼런스 개최와 참여를 하고 있다. 6개의 교회를 개척했고, 80개의 교회가 동역 네트워크를 맺고 있으며, 약 3천 개의 교회들이 9Marks 교회로 등록되어 있다. 인도, 터키, 런던, 남아공, 필리핀, 남미 등 전세계에서 성경적인 교회에 대한 워크샵을 열고 있다. 수십 권의 목회와 관련된 저술이 발간되었다. 매년 6 번 목회와 관련한 비판매용 온라인 저널을 발행한다. 9Marks에서 그동안 만들었던 책들, 자료들, 블로그들은 외국어로 계속 번역되고 있다. 중국어, 독일어, 폴란드어, 파키스탄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아랍어, 루마니아어, 스와힐리어, 터키어 등으로 계속해서 자료가 번역되어 세계의 목회자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주제 또는 주관심인 주제를 목회적으로 정리해간다. 이 온라인 저널은 매우 폭발적으로 영향력이 커졌다.

9Marks의 사역은 그 핵심에 있어서 지역교회의 중요성을 발견하며, 지역교회를 사랑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교회를 통해서 새 신자를 낳고, 제자를 낳고, 목사를 낳고, 교회를 낳도록 돕는 것에 초점이 있다. 조직화되고 제도화된 기성교회에 대한 반감과 불신의 정서가 사회적으로 커져가는 시대에 마크 데버 목사는 지역교회를 건강하고 성경적으로 세우며 목회자를 키우는 정통적인 목양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많은 목회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다, 데버 목사는 교회는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는 것이 교회이기 때문에 교회는 반드시 거룩함과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교회가 그 영광과 아름다움에 이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마크 데버 목사는 건강한 교회의 성경적 표지를 아홉 개로 정리해서 책을 썼는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아홉 가지 표지는 1) 강해설교, 2) 성경신학, 3) 복음에 대한 성경적 이해, 4) 회심에 대한 성경적 이해, 5) 전도에 대한 성경적 이해, 6) 성경적인 교회 멤버십, 7) 성경적인 교회 권징, 8) 성경적인 제자도와 성장, 9) 성경적인 교회 리더십이다.


2. 목회의 내부를 보여주는 위크엔더 연수

책으로 교회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무엇이 이 교회를 빛나게 하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목회자를 만나고 팀을 만나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교회를 방문해서 참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필자가 미국 워싱턴 D. C. 다운타운 근처에 위취한 캐피털 힐 침례교회를 방문하여 일주일간 목회자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5년 전 어느 아름다운 날이었다. 캐피털 힐 침례교회는 나인 마크스 (9 Marks)라는 목회자 훈련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1년에 세 차례씩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교회의 내부를 다 보여주는 참관 프로그램이다 (공식 명칭은 Weekender이다). 필자는 하루 일찍 수요일 저녁부터 마크 데버 목사와 만나서 저녁을 함께 하며 대화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목요일 저녁에는 무려 5시간 이상 지속되는 당회 모임을 투명하게 오픈한다. 주말과 월요일까지 교회의 모든 훈련 프로그램, 소그룹 모임, 주일학교, 모든 예배에 참여한다. 목회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1백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당회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한 시간 가량 성도들의 명단을 들고 한 사람씩 위해서 기도한다. 매주 일정 숫자씩 돌아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위해서 기도한다. 이러한 기도 시간 이후에 열 몇 명으로 구성된 당회의 목사들과 장로들은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목양적 결정들을 내린다. 교회의 모든 교우들은 목사나 장로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당회는 칼빈이 주창했던 목양 당회를 실제로 하고 있다. 당회에서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목양과 관련된 것이었고, 당회의 목사와 장로들의 누군가는 성도들과 일대일로 연결되어 케어를 하고 있었다. 당시 참석했던 미국 목회자들은 당회가 이렇게 목양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싸우는 당회가 아니라 목양하는 당회였다. 장로와 목사들이 복음 사역에 인격적인 방식으로 매진하고 있음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표하였다. 미국 교회들도 복음적이지 않은 교회들이 많은 까닭이다.

그밖에도 ㅡ털 힐 침례교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것들은 목회자 훈련이라는 초점을 잃지 않고 있었다. 담임목회자와 다른 목회들 (한국적 표현으로는 부목사) 사이에 동료적이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마크 데버 목사는 당회에서 자기 의견을 많이 말하지 않았다. 다른 부목사들과 장로들이 의견을 많이 이야기했고, 좋은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마크 데버 목사는 주로 듣는 편이었다.

장년 주일학교에 참여를 했는데, 열 몇 개의 강좌 시리즈가 목사들에 의해 준비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특징은 그 모든 강좌들이 외부에서 만든 자료를 가지고 와서 하는 것보다는 내부 목회자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의 노트와 원고를 비롯한 모든 커리큘럼이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리기 전에 교회에 와서 장년주일학교에 참석했다. 그리고 필자와 참석자들이 특별히 놀랍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는, 부목사들이 개발하여 진행하는 교육들이 상당히 견고하고 실제적이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어디서 자료 가져와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고뇌하고 생각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목회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목회는 현장마다 고민이 다르고, 사람마다 질문이 다르고, 지역마다 씨름이 다르게 표출되는데, 이것을 천편일률적으로 단순화해서 복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그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고민, 질문, 씨름들을 복음으로 성경 안에서 풀어가며 정리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크 데버 목사는 함께 대화하고 함께 배우고 위임하고 신임하는 분위기를 십수년에 걸쳐서 형성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서 한 사람의 가르침이 아니라 여러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수용할 수 있는 열려있지만 방향이 분명한 구조를 만든 것이다. 목회자 훈련이 특정한 은사나 특정한 기능이나 특정한 성품 위주로 치우치지 않도록 큰 그림에 있어서 온전하고 균형 잡힌 목회자 훈련을 해온 것이다. 그 결과물들을 글로 쓰고, 저널로 발행하고, 블로그로 집적하고, 책으로 만들고, 컨퍼런스를 열어서 다른 교회들을 섬기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열어서 다른 목회자들을 섬기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각자 나름대로 꾸준히 해왔던 분들이 모여서 나중에는 복음 연맹 (The Gospel Coalition)이라는 탁월한 복음사역 연합체가 탄생하기도 했다.


3. 목회자를 기르는 것이 지역교회의 책임

마크 데버 목사는 다음 세대의 목회자를 기르는 것이 지역교회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주장한다. 성경에서 바울과 바나바는 지역교회에서 파송된 사람들이었다. 바울은 에베소의 목회자인 디모에게 편지를 써보내며 부탁하길,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 진리를 맡기라고 한다 (딤후 2:2).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열쇠를 교회에 주셨으며, 그 나라는 승리하는 나라라고 약속하신다 (이는 마태복음 16:18-20에 대한 데버 목사의 해석이다). 18세기 이전까지 신학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전까지 목회자를 훈련하는 책임은 신학교가 아니라 지역교회에 있었다. 지역교회는 목회자의 삶이 관찰되고, 대화가 이루어지고, 은사들이 증명되고, 인격이 확인되는 곳이다. 이러한 환경이야말로 어떤 사람이 목회사역에 소명을 받았는지, 은사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다음 세대 목회자를 훈련하는 곳은 신학교가 아니라 지역교회라고 데버 목사는 강조했다. 그래서 목회자의 소명을 확인하고 인정하고 훈련하는 것은 360도 관찰이 되는 교회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회적으로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캐피털 힐에서도 리디머, 페리미터, 하버, 주권적은혜교회 등과 유사하게, 훈련생에게 월급을 주고, 교회재정을 경비로 사용하면서 훈련을 시켜주는 목회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개월 동안 10명이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교회의 모든 예배에 참석하고, 매주 읽고 쓰고 토론하면서 목회사역에 대하여 배운다. 교회의 모든 목사님들로부터 배우고, 교회의 모든 목사들 및 장로들과 일대일 인터뷰를 통한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

위에 소개한 위크엔더도 목회자훈련의 일환이다. 홈페이지에는 목회자들이 가장 많이 묻고 궁금해하는 이슈들에 대한 답들을 목회자들이 정리해서 올린다. 마크 데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 목사들이 팀을 이루어서 읽고 생각하고 정리해서 올린다. 자료가 모이니까 힘 된다.


4. 적용 (1) 교역자들에게 목회자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에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들은 제법 존재한다. 분립개척을 한두 번 한 교회들도 많이 있다. 부목사가 개척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하는 교회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있다. 그것은 목회자 훈련을 체계적이며 온전하게 하는 교회이다. 목회자 훈련은 신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학교에서는 분과별로 세분화된 신학을 배운다. 신학교에는 무엇보다도 회중이 없다. 신학교 자체는 임상적으로 목회를 배우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교회에서는 어떤가? 전도사나 부교역자로 다년간 교회를 섬기면서 목회를 배우는가? 문제는 꼭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제도화되고 전통이 형성된 교회에서 전도사나 부목사로 사역하는 것이 목회자 훈련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려고 한다. 첫째, 담임 목회자가 아닌 이상 파트 교역자나 부목사는 목회의 정수에 속한 것을 알고 배우기는 어렵다. 부교역자는 자신이 맡은 분과 속에서 관리나 목양을 맡는 까닭이다. 전체 그림을 보고 전체 책임을 지는 것이 목회인데 그것을 알지 못한다. 대형교회에서 사역했던 목회자들이 다른 환경에 가서 목회가 힘들어지는 일이 많은 것은, 역설적으로, 사실상 임상 목회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둘째, 담임목회자가 10년, 20년, 30년 전에 겪고 학습한 내용은 그 시대적 상황과 목회적 환경과 담임목회자의 삶의 경험을 통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 문화, 지역, 사람들의 가치관, 시대정신 등이 달라졌을 때는 시효 만료가 될 수 있다. 여러 교회개척학교나 교회성장세미나에서 2-30년 전에 교회를 개척해서 수천 명 이상으로 교세가 성장한 분들의 강연이 개척 일선에 요즘 나오는 신진 개척자들에게 공감이 안되는 경우들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시대정신이 달라졌다면 새로 고민을 해서 복음으로 시대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수십년 전에 했던 고민으로 나온 답을 자기 고민의 철저한 과정 없이 이식하는 것은 자기착오일지 모른다. 문제는 목회자로 사역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고민을 성경으로 씨름하는데 유용하느냐, 그러지 않느냐이다.

셋째,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목회를 못배우는 또다른 이유는 그 배움이라는 것이 담임목회자의 그릇의 한계에 갇히기 때문이다. 단편적이고 일화적이다. 사람마다 자기의 장점이 있는데, 그 장점 때문에 장례 치르게 되는 것이 인간의 죄성이다. 성공에 이르게 된 특정 방식이나 방법을 고수하다가 실패의 비탈길에 떨어진다. 성공 때문에 실패한다. 아무리 담임 목회자가 훌륭하고 부흥에 쓰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분이 줄 수 있는 게 있고 줄 수 없는 게 있다. 그분이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분이 못보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젊은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치우치고 편중된 스타일의 목회훈련이 아니라 빠짐 없이 온전한 그림의 목회훈련이다. 스승에게 배우고 취하되, 스승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에 제자가 갇히지 않아야 한다. 스승의 강점에 갇힌 후배 목회자들이 많지 않은가. 그러려면, 체계적인 목회자 훈련이 필요하다. 스승을 카피하려는데 비슷하기만 할 뿐 같지는 않고, 게다가 자기의 것은 없다. 자기 것을 찾아서 키울 수 있게 도우려면 체계적인 목회자 훈련이 필요하다.

마크 데버 목사는 교회 내 다른 교역자들이 목회자로서 훈련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캐피털 힐 교회에서 교역자로 오랫동안 함께 해온 조나단 리만 목사는 스무 가지로 그것을 정리한 바 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한다.

- 복음 위에서 교회를 세우려고 노력한다. 설교와 훈련과 인사와 의사결정을 포함한 모든 것에서 복음은 중심이며 전면에 선다. 담임 목사로서 마크 데버의 가장 큰 기여는 이러한 모델이 되는 것이다. 복음 위에서 관계성을 맺으며 권위 구조가 이루어지게 한다. 그래서 권위를 군림하는데 쓰지 않고 서로 섬기는데 쓴다.

- 마크 데버 목사가 설교하는 비중을 정한다. 매년 주일 오전 설교의 50-65%만 마크 데버가 맡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목소리가 들릴 수 있게 하며, 그들이 권위를 부여받게 해준다. 그래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성경의 목소리가 회중을 이끌게 한다.

- 가르칠 많은 기회를 만든다. 현재 캐피털 힐 교회에는 80개가 넘는 주일장년학교 강좌 시리즈가 매년 열린다. 매 시리즈는 7-13주 동안 진행된다. 또한 주일 저녁 예배에는 다른 부교역자들이 52주 동안 설교한다. 또한 수요일 예배에도 20번 이상 다른 교역자가 가르친다. 부교역자들이 설교와 강의를 더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한다.

- 젊은 목회자들이 실수할 있는 여지를 준다. 설교가 지루할 수도 있다. 회중은 담임목회자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더 의지하기 때문에 젊은 목회자를 품는 마음이 더 커진다.

- 교회에서 핵심적인 것들에 헌신하고 다른 것들은 다른 목회자에 맡긴다. 마이크로 관리를 안한다. 꼼꼼하게 모든 것을 챙기지 않고 맡긴 다음에는 믿는다.

- 주일예배를 매주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전체를 볼 수 있게 한다.

- 비판을 기꺼이 수용한다. 담임목회자에게 다른 의견을 가지거나 생각이 다를 경우 그것을 기꺼이 수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비목회자들이 날개를 펼쳐볼 수 있게 한다. 비판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면 부교역자들은 단지 수용해야할 뿐이다. 다른 생각을 개진하면 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부교역자들은 위축되거나 아니면 떠난다.

- 얼른 용서한다. 누가 잘못을 하고 개선을 하면 빨리 용서한다. 마크 데버는 용서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다. 지적하고 비난하기를 좋아흐ㄴ 사람은 권한을 위임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잘못만 보기 때문에 신뢰하지 못하고 맡기지 못하는 것이다. 빨리 용서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믿고 맡겨서 성장하도록 할 수 없다.

- 부교역자들이 승리하면 기뻐한다. 다른 부교역자가 무엇을 아주 잘하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마크 데버가 할 일을 다른 교역자가 하면 그는 기뻐한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깨알같은 편린들을 통해서, 마크 데버 목사가 함께 성장하는 목회자 공동체, 목회적 훈련이 이루어지는 교회사역이 되게 하기 위하여 어떤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5. 적용 (2) 목회자 훈련과 교회개척이 같이 가야 한다

복음에 입각하여 체계적인 목회자 훈련을 하지 않는 결과 중에 하나는 교회개척사역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무의미하고, 보람 없고, 힘 없는 교회개척들이 많다고 한다면, 그 이유에는 필연코 체계적이고 온전한 그림의 목회자훈련이 없었던 것이다. 교회개척 사역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것은 1) 의미 있고, 2) 보람 있고, 3) 운동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점들이 있다.

1) 무의미한 교회개척들이 많이 있다. 새롭게 추수를 해서 하나님 나라의 곡간이 알곡으로 더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 곡간에서 저 곡간으로 자루들만 옮겨놓는 교회개척을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보실까?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교회를 통하여 임하고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제로 섬 게임을 하고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교회와 목회자를 어떻게 보시겠는가? 추수는 안하고 창고 자랑만 하고 있다면 하나님 나라에는 얼마나 의미가 있겠는가? 단지 교회 하나가 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어야 의미 있는 사역이 된다.

2) 보람 없는 교회개척들이 많이 있다. 많이 수고하고 애쓰나 아무 소용도 없는 교회개척 현실을 우리는 많이 보고 듣고 있다. 교회개척을 통하여 전도의 열매, 변화의 열매, 성숙의 열매, 하나님 나라의 가치 실현 등이 교우들의 삶에 나타나야 보람이 있는 사역이다. 고생하고 수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면 어떻게 보람 있는 사역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풀 수 있어야 한다. 보람 있는 사역, 즉 열매 맺는 사역을 하려면 어떻게 복음의 열매를 맺도록 사역을 이 땅에서 이 시대에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과 배움과 공유와 실천이 필요하다.

3) 역동성 없는 교회개척들도 많이 있다. 단순히 일회성으로 교회개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플랫폼이 형성되어야 한다. 작은 교회가 큰 교회가 되려고 확장일변도로 가는 것은 지속성을 결핍하게 된다. 교회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교회개척이 복음사역의 DNA에 있다고 믿는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역동성이 있어서 교회와 교우들이 움직일 수 있으려면 지속적인 목회자 훈련이 필요하다.

한국교회에서는 안타깝게도 교회개척은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목회자훈련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지역교회가 그것을 해야 하는데, 지역교회에서는 너무나 목회활동으로 바쁘기만 하다. 또 몇몇 교회와 단체에서 목회자 훈련을 표방하여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특정 방법론이나 특정 개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사역을 하는 교회나 단체들에는 대부분 한 사람의 목회철학이나 영성이나 방법론을 복제한다. 내가 그 목사님이 될 수가 없는데, 그것은 백전필패의 길로 가는 길이다.

교회개척의 핵심은 목회자 훈련이다. 교회개척운동은 본질적으로 목회자 훈련 운동이다. 교회개척사역이 의미 있고, 보람 있고, 역동성을 가지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목회자훈련사역이 1) 선행되고 2) 병행되고 3) 후행되어야 한다.

1) ‘선행’이라는 것은 교회개척을 하도록 주님이 주신 부르심을 확인하고, 부르심에 따른 은사를 개발하고, 목회사역을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여기에는 목회자이기 전에 성도로서 좋은 교회를 경험하는 것이 포함된다. 복음으로 가슴벅찬 교회에서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며 교회를 사랑하고 좋은 성도가 되고 좋은 봉사자가 되고 좋은 전도자가 되고 좋은 지도력을 갖추어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좋다. 좋은 것을 보아야 그것을 꿈이라도 꾸게 된다. 캐피털 힐 교회는 좋은 교회가 무엇인지, 좋은 성도는 어떤 성도인지, 좋은 목회자는 어떤 목회자인지를 성경적으로 고민하고 정리하고 책을 내고 세미나를 한다. 그 내용들이 간단하면서도 꽤 괜찮다.

2) ‘병행’이라는 것은 교회개척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1-2년과 교회개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2년 동안 현장 직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깊은 기도를 통한 하나님 앞에서 깊은 경건, 성경 읽기와 묵상을 통한 복음의 심화, 목회에 관한 핵심 서적들의 독서, 구체적인 목회의 그림 준비, 이 과정을 함께 하는 동료 개척자들과 준비자들과의 동반 성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과정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코치 목회자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완벽할 수는 전혀 없지만, 전쟁 준비만큼은 철저하게 한 군인과 같아야 한다. 물론 전쟁을 하나님께 속한 것이지만, 망대를 지을 비용을 마련하고 건축가를 확보하며, 준비를 만반히 할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캐피털 힐에서는 목회자들을 훈련시킨다.

3) ‘후행’이라는 것은 교회개척을 하여 목회사역을 5년, 10년, 20년 이상 진행하면서, 교회가 복음 중심적으로 회심 성장을 하며,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또다른 교회를 낳는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회 후보생을 키우며, 교회개척 후보생을 코칭하며, 하나님 나라의 역동성을 가지고 새로운 공동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영적 아비, 영적 유모로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다.

마크 데버 목사는 내가 만나본 수많은 목회자들 중에서 내적으로 성령의 충만함이 가장 많은 분이었다. 교회의 본질, 목회의 본질에 천착하려고 애쓰는 마크 데버 목사의 꾸준한 노력들이 결국 미국의 여러 신학교와 교회들에서 목회자 훈련의 실제적인 지표로 최근에 크게 요청받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본질을 붙들고 고뇌하자. 그리하면 주님께서 길을 열어 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