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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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역적 교회분립개척 운동의 모델을 세운 샌디에고의 하버교회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시리즈
작성자
newcity church newcity church
작성일
2018-10-13 21:36
조회
1079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시리즈 - 목회와신학 2014년 6월호

동역적 교회분립개척 운동의 모델을 세운 샌디에고의 하버교회

오종향 목사 (뉴시티교회 개척 담임, 서울 서초동)


1. 무엇이 하버의 기적인가? – 동역적인 분립개척 모델

하버장로교회 (Harbor Presbyterian Church, 이하 하버교회)는 동역적인 교회개척 모델을 세워왔다. 1999년에 딕 카우프만 (Dick Kaufmann) 목사와 그의 부인 리즈 (Liz) 카우프만에 의해서 시작된 하버교회는 다지역, 다회중, 다문화 교회를 지향한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비신자들과 교회 바깥에 있는 비교인들을 대상으로 전도한다. 단일 대형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들을 분립개척하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열 개 정도의 교회가 개척되었고, 이 교회들은 현재까지는 하나의 당회로 모이며, 모든 등록교인들은 하나의 공동의회를 구성한다. 현재 2천 명 정도가 하버장로교회의 교인인데, 이들은 평균 2백 명 정도의 가족적인 분위기의 공동체성을 지키면서도 2천 명이 모이는 중대형 교회의 사역을 할 수 있음을 기뻐한다 (미국에서 대형교회의 통상적인 기준은 2천 명이다).

하버 모델은 미국에서 많은 관심을 일으켰는데, 특히 멀티 사이트 교회개척 모델로서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하버교회는 멀티사이트 교회개척에 대한 컨퍼런스를 세 차례 열기도 했다. 하버 방식의 모델은 풀뿌리로 교회개척을 하면서 초창기부터 분립개척의 비전을 세워간다는 점이다. 교회의 장로들과 성도들이 기도하면서 다음에 개척할 지역을 정하고 연구를 한다. 딕 카우프만 목사는 두 개의 지역 회중을 목회하면서 동시에 하버 교회개척센터의 장으로서 교회개척 목회자들을 면담하고, 선발하고, 상담하고 자문한다. 목회자들을 훈련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다. 이제까지 하버의 교회들은 100명을 조금 넘긴 수준에서 교회 분립개척을 했다. 보통 30에서 40명 정도의 멤버들이 특정 지역에서 새로 예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교회는 그 지역을 중심으로 관계전도를 통해 100명 이상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교회들이 대개 100 명 정도는 넘어야 재정자립이 된다는 점을 참조할 때, 하버의 모델은 매우 혁신적이다. 성도들의 헌신도도 크다. 하버의 성도들은 수평이동으로 타교회에서 옮겨온 사람이 아니라, 상당수가 하버를 통해 신앙을 가지거나 하버를 통해 예배출석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하버의 모델은 한국교회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하버의 모델에서 핵심적인 것은 동역적인 교회개척이라는 점이다. ‘동역적’이라는 것은 교회 개척할 때 목회자가 혼자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코치 목사에게 멘토링을 받으면서, 선후배 동료들과의 배움과 교제를 통해서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딕 카우프만 목사는 하버드 대학 경영학 석사 (MBA) 출신답게 교회개척을 위한 준비단계들을 구체적인 행동 전략으로 돕는다. 교회개척자들은 적절한 훈련과 준비, 그리고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특정 지역으로 들어간다. 실제로 하버에서 나온 훈련 자료와 교회개척 준비 자료들을 보면 매우 치밀하다. 교회에서는 재정적으로 함께 하고, 무엇보다도 교인들에게 비전 나눔을 통해서 함께 할 동역자들을 수십 명 모아준다.

하버교회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어떤 지역에 들어갈 때 어디에서 장소를 임대할 수 있는지를 조사한다. 학교 강당에서도 모이고, 주일 오전이나 오후나 저녁에 사용되지 않는 장소들을 물색한다. 건물 사용에 돈을 최소로 하면서 사람을 키우는데 재정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목회자들을 선발하고 훈련하고 코칭하여서 이들과 함께 회중이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도록 한다.

하버교회는 자신들의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모델을 콩나무에 비유한다. 콩나무 줄기에는 여러 개의 콩깍지가 연결되어 있다. 콩까지 속에는 두세 개의 콩들이 들어 있다. 각각의 개척교회는 콩과 같다. 하버교회는 콩들 (분립개척 교회)을 품은 콩깍지들 (안정된 교회들)을 연결하고 있는 하나의 콩나무와 같다 (하버교회 네트웍). 이는 지배구조 모델이 아니라, 유기적인 동역모델이다. 개척 목회자들은 함께 동역하면서 힘을 더 한다. 함께 스터디를 하고 코칭을 받으면서 정서적으로 힘을 얻는다. 개척을 시작할 때부터 다음 개척을 예상하고 준비한다. 여기에 개척목사들의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 어떻게 준비되었나? 하버드에서 하버까지 카우프만 가정의 여정

이 모든 이야기는 한 부부로부터 시작한다. 딕 카우프만 (Dick Kaufmann) 과 리즈 (Liz) 카우프만 부부가 그들이다. 딕 카우프만은 하버드 MBA를 졸업한 사업가였다. 뉴저지에서 두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성공적인 사업가의 길을 걷던 그는 그리스도를 만난 날 복음 사역자의 소명을 느꼈다. 자신의 집을 오픈해서 사람들을 초청하여 성경공부를 열었다. 잭 밀러 목사가 목회하던 뉴라이프 교회에서 신앙의 훈련을 받았다. 1976년 딕 카우프만은 31세의 나이에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 진학했고, 거기에서 잭 밀러, 에드먼드 클라우니. 존 프레임 등의 교수들에게 배웠다. 카우프만 부부는 웨스트민스터 신대원 졸업 후에 미서부 남쪽에 있는 에스콘디도에 가서 뉴라이프 교회를 개척했다. 그 교회는 1천 명 정도로 성장했다. 그 교회를 통해서 두 개의 교회를 분립개척하는 사역을 했다.

그 후 뉴욕에서 리디머교회를 개척하고 있던 팀 켈러 목사의 초청을 받아서 뉴욕 리디머교회에 합류했다. 94년에서 99년까지 카우프만 목사는 당시 2천 명 정도 모이던 리디머교회의 총괄목사로, 부인 리즈 카우프만은 상담가로 섬겼다. 딕 카우프만 목사의 탁월한 행정가의 재능을 통하여 리디머교회는 안정적인 목양 구조를 수립할 수 있었고, 팀 켈러 목사는 뉴욕에서 복음설교를 통한 전도와 부흥을 계속할 수 있었다. 카우프만 목사는 리디머교회가 뼈대를 갖추고 조직을 잘 수립하도록 도왔고, 팀 켈러 목사는 카우프만 부부에게 복음의 삶과 사역에 대한 긴밀한 조언을 주었다. 당시에 리디머교회는 다지역교회로 옮겨가는 결정을 내렸다. 한 곳에서 여러 번 모이는 대신에 세 곳으로 흩어져서 여러 번 모이기로 했다. 세 곳에서 세 번, 다음에는 네 번, 그리고 지금은 다섯 번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모델의 단점은 한 명의 설교자에게 의존할 때, 섬길 수 있는 지역과 회중과 예배의 숫자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딕 카우프만은 여러 지역에서 여러 회중을 여러 목사들이 개척하는 교회개척 방식에 끌리게 되었다.

그러던 1998년 어느 날 카우프만 목사는 서부 샌디에고의 가난한 도심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게 됐다. 그는 50대의 나이였고, 척추소뇌실조증이라는 유전자 이상병을 몇 년째 앓고 있어서 몸의 균형을 잡고 걷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다. 건강이 안좋았고, 에너지도 없었다. 그래서 부인에게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3개월을 조용히 기도하며 기다렸다. 일시적인 충동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50대에 접어든 나이였다. 또 교회를 개척할 에너지는 없다고 부인과 대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교회 개척을 향한 열정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부인 리즈에게 털어놓았다. 그 때 리즈 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군요. 나도 3주 전에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새로 교회를 개척할 준비가 된 것 같다고!”

카우프만 부부는 잠깐 짬을 내어 수천 킬로 떨어진 샌디에고를 방문했다. 샌디에고 다운타운은 쇠락한 도심부였으며, 재개발이 이제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당시 인구 1백7십만 명이 사는 샌디에고 시에서 다운타운에는 단지 1만5천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 중에 5천 명은 집 없는 노숙자들이었고, 5천 명은 교도소에 살고 있었고, 단지 5천 명이 가난한 거주민들이었다. 카우프만 부부는 다운타운에서 먼저 교회를 개척하면서 동시에 샌디에고의 다른 두 지역에서도 교회를 개척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다지역, 다회중, 다계층 교회를 세우는 첫 걸음이었다.

뉴욕에서 샌디에고로 이사를 와야 하고, 거주할 집을 구해야 하고, 개척멤버를 찾아서 모아야 하고, 장소와 설비도 마련해야 했다. 게다가 처음부터 세 지역에서 교회를 시작하려는 전략이었으므로 재정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사람과 재정 관련 사항은 언제나 교회개척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이슈이다.

딕 카우프만은 남서부 지역의 미국장로회 (PCA) 교단 책임자 필 클라크 목사를 찾아가 교회개척을 먼저 상의했다. 그에게 교회개척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클라크 목사는 메모리 카드를 꺼내더니 칸을 셋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칸에는 가족과 친구들, 두 번째 칸에는 핵심 후원자들, 세 번째 칸에는 교회들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 칸들 아래에 ‘보수적 예상액’과 ‘최상의 예상액’이라고 줄들을 추가했다. 그는 교회개척의 후원자가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사람들의 이름을 이야기했다. 그 중에 한 명은 카우프만 부부가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클라크 목사가 얘기했다. “이 부부는 교회개척자들에게 대개 2만5천 달러 정도를 헌금합니다. 그럼 보수적 예상액에 2만5천 달러를 기입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당신 부부를 아주 좋아한다는 점에서 최상의 예상액을 7만5천달러로 기입하겠습니다.” 딕 카우프만 목사는 자신이 지혜로운 클라크 목사에게 조언을 구함으로써 교회개척의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샌디에고를 방문한 바로 그 주일 오전에 뉴욕의 리디머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바로 그 잠재적 후원자가 예배에 참석하고 인사를 하러 왔다. 그는 뉴욕에서 2천 킬로는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카우프만 목사는 깜짝 놀랐다. 그는 뉴욕에 사업차 출장을 온 것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카우프만 목사는 주일 오후에 한 장 짜리 프로프절을 작성했다. 월요이에 그 사람에게 보여주고 설명을 했다. “우리는 샌디에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교회를 개척하려고 합니다. 샌디에고에는 170만명이 거주하지만, 교회는 극히 적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교회가 없는 도시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두 번째 큰 도시이고, 미국에서는 일곱 번째 큰 도시인데 말입니다. 미국의 평균적인 도시들보다 교회가 6분의 1밖에 없습니다. 1만 명 당 미국에 교회가 12개가 있는데 비해, 샌디에고에는 1만 명 당 2개의 교회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세 개의 교회를 개척할 것이며, 각 교회들은 몇 년 안에 또다시 두세 개의 교회들을 개척하는 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실력 있는 교회개척자들을 발굴해서 이 교회들을 함께 개척하려고 합니다. 한 교회를 개척해서 어느 정도 안정되면 그 교회가 다른 교회를 개척해서 목양을 함께 하는 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작은 교회의 느낌을 간직하면서 전도적 공동체를 이루고 큰 교회가 할 수 있는 구제와 선교의 사역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카우프만 목사는 5년, 10년, 15년 이후에 교회의 숫자가 어떻게 증가할 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프로포절의 맨 아래에는 첫 4년 동안 5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억여원 상당이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제가 얼마를 드리기를 원하시나요?” 카우프만 목사는 머리 속으로는 7만5천 달러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으로는 “절반을 담당하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남자는 대답했다. “저는 기도 없이, 그리고 아내와 상의 없이 하는 일은 없습니다. 기도하고 상의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몇 주 후에 우편으로 수표가 왔다. “땅을 하나 팔았습니다. 24만4천 달러를 보내드립니다.” 그 가정에서 그 후로 10년 동안 총 1백만 달러 (10억여 원 상당)를 후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80년대에 뉴라이프교회에서 함께 사역했던 덕 스왜그티 목사 부부가 다시 와서 동역하기로 결정한다. 스왜그티 목사는 뉴라이프 교회의 두 번째 분립교회를 세웠고 같은 비전을 가진 동역자였다. 이런 계기들을 통해서 샌디에고에서의 교회개척 비전에 대한 하나님의 확인을 구체적으로 경험해갔다.

뉴욕 리디머교회에 아직 있던 1998년 하반기에 카우프만 부부는 후원자들과 기도동역자들을 일으켰다. 그들을 매달 기도편지를 기도동역자들과 후원자들에게 보냈다. 처음에는 100명을 목표로 시작했던 기도동역자는 558명까지 늘어났다. 기도편지는 샌디에고에 와서도 계속 보냈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기도의 응답들을 동역자들과 나눔으로써 더 많은 기도들이 일어났다고 고백한다. 마침내 1999년 딕 & 리즈 카우프만 부부는 샌디에고 시 다운타운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다.

3. 어떻게 개척했나 - 하버 교회 모델의 풀뿌리 전개

카우프만 목사 부부가 샌디에고에 가서 시작한 것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사 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웃들의 사교모임이 있어서 갔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에서 전도의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집으로 걸어서 돌아가다가 어떤 부부를 만났다. 남편 밥은 딕 카우프만에게, 부인 샐리는 리즈 카우프만에게 각각 물었다. “무슨 일로 샌디에고에 이사왔나요?” 교회를 시작하려고 왔다고 둘 다 대답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교회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관심이 생기네요.” 이렇게 연결이 돼서 밥과 샐리는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교회의 개척멤버가 되었다.

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카우프만 목사 부부는 기존의 그리스도인들을 모아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버 교회의 비전은 비-그리스도인들과 비-교인들을 찾아서 예수님께 연결하고, 그들이 또다른 사람들을 찾아서 연결함으로써 교회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도시가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최고의 전도방법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교회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교회의 사역 목표는 이미 교회로 모여있는 사람들 자체가 아니라,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를 섬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일환으로 선택한 방법이 여러 지역에서 여러 교회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세 개의 지역에서 세 개의 교회를 시작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의 접촉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다운타운 외에, 라 홀라 (La Jolla), 철라 비스타 (Chula Vista) 등의 지역조사를 했다.

카우프만 부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비-그리스도인과 비-교인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샌디에고의 낙후한 도심지인 다운타운에서 교회를 시작했고, 첫 해에 그 지역에서 240명의 사람들과 관계 형성을 했다. 다운타운에서 시작한 교회가 아이들을 포함해서 100명 정도 모이고 있을 때 두 번째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밥 클라인 목사와 카렌 클라인 부부가 교회개척자로 자원해서 찾아왔고, 이들을 통해서 두 번째 교회를 개척한 것이다. 클라인 부부는 다운타운에서 5킬로 떨어진 업타운 지역에 2004년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러스 카푸진스키 (Russ Kapusinski) 부부가 철라 비스타 지역에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하나님께서는 하버교회에 개척 후 10년 동안 일곱 명의 교회개척 목사들을 보내주셨고, 또한 여섯 명의 부목사들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이들이 아홉 개의 교회를 함께 개척했다. 하버교회의 분립개척들은 교인들이 100명에서 200명 사이일 때 이루어졌다. 교회의 분립개척 비전을 성도들과 잘 나누었기 때문에, 한번도 반대가 없었다고 한다.

하버교회는 지역도시를 위한 교회를 목표로 한다. 하버 교회는 예배를 세우면 소그룹 공동체 모임을 시작하며, 소그룹 공동체들을 중심으로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일을 바로 시작한다. 도시의 빈곤층을 섬기는 일은 교회들이 연합해서 진행한다. 합하면 큰 힘이 된다. 울타리 안에 있는 양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이미 복음을 받은 양들이 울타리를 새로운 영역으로 넓혀 가며 울타리 바깥의 양들을 찾아가는 교회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도시를 섬기며 도시를 축복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 하버 교회의 DNA이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대개의 교회들이 100명에서 500명 사이에서 건강하게 전도를 통한 성장을 해왔고, 샌디에고 지역에서 하버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잘 섬기는 교회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십오 년 동안 하버 교회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께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되었다. 하버 교회의 비전처럼, 샌디에고 시를 영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새롭게 변혁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버 교회를 세우셨다고 카우프만 목사는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척추소뇌실조증과 대장암을 앓았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시는 것이니, 모든 사람의 삶을 구원하시고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복음의 능력에 의존할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4. 무엇이 각별한가? - 하버 교회 모델의 영향과 시사점

하버 교회 모델은 많은 목회자들과 개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하버교회에 와서 몇 개월간 연수를 받기도 하고, 교회개척자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도 했다. 마크 드리스콜 목사가 이끄는 사도행전29장연합 (Acts 29 Network)은 하버교회와 연합 컨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몇 차례에 걸쳐 격년으로 하버 교회가 주최한 멀티사이트 교회개척 컨퍼런스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버 교회는 지금도 리디머 교회와 긴밀하게 동역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하버 모델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목회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첫째, 중소형 교회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분립개척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하버 교회의 교회들은 커진 다음에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나눈 것이 아니라, 불과 100명 정도 일 때 준비된 목회자와 함께 20명에서 40명 정도들이 파송되어서 세운 것이다. 딕 카우프만 목사는 자신이 보다 젊었을 때 교회를 개척해서 대형교회로 키운 개척자의 경험도 있고, 대형교회의 총괄목사로서 조직과 구조를 세우는 행정가의 면모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교회 대형화의 단점들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교회 느낌의 역동성 있는 모델을 수립하기 원했다.

특히 담임목사가 은퇴하거나 유고가 발생하더라도 교회가 흔들림 없이 지속 발전하려면 한 명의 설교자에게 의존하지 않아야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교회가 커지는 대형교회모델보다 교회를 함께 세워나가는 동역적인 교회개척 모델의 성경적 가치를 발견했다. 딕 카우프만 목사는 경험이 많은 지혜로운 건축자로서 복음의 반석 위에 교회를 세워나갔다. 그는 복음을 잘 설교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렀고, 교회개척운동을 펼쳐가면서 설교자들을 발굴하고 훈련하고 코칭하는 일을 계속 해왔다. 순전히 좋은 교회개척자들을 훈련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일궈내서, 그들을 통해 동역적으로 작은 수에서 출발하는 교회개척 모델을 성공적으로 실현해냈다. 각각의 개척교회들은 각각의 공동체성을 갖는다.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듣고 지역사회를 섬긴다. 딕 카우프만 목사도 두 개의 작은 교회들을 직접 목회한다.

둘째, 교회개척자들이 복음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행정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우선, 중앙 사무소를 두어서 제반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비용, 인력, 공간을 절감하고, 개척 목회자들은 비신자들과의 만남, 전도, 양육, 설교, 성경공부 등에 전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교회개척의 단계에서 목사가 복음 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만들어 준다. 본부 사무소에서는 목회 외에 행정적인 제반을 맡아서 돕는다. 각 교회들의 주보 제작 및 웹사이트 제작 운영, 세금 납부, 목회자 보험, 사무기기 운영, 장비 구입, 장소 임대계약 등을 도맡아서 해결한다. 교회개척자가 전도와 양육, 설교와 영성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이런 중앙 사무소 방식을 통해서 비용절감도 이루어지고, 목회에 쏟는 시간의 효율성도 증가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버의 조직 모델은 전반적인 코칭 시스템과 연동하여 탁월성을 입증했다. 하버 모델은 이제까지 한 당회, 한 공동의회이다. 여러 지역, 여러 회중, 여러 예배인 것에 비해 조직적인 것은 일원화되어 있다. 이것은 아직 어린 교회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미숙한 교인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도록 돕는 목적이었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몇 년 안된 어린 개척교회들은 구성원간의 갈등이라든지 목소리 큰 어떤 교인들이 일으키는 내홍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버 모델은 이런 부분을 잘 대처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나의 당회, 하나의 재정계정, 하나의 리더십 체계 아래 어린 교회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왔다. 이를 통해서, 개척 교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혜롭게 대처하게 된다. 교회의 내부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하면 외부 전도와 봉사에 힘을 잃게 마련인데, 하버 모델은 개척교회들이 안정되기까지는 하나의 하버에 소속됨을 통해서 이 문제를 방지하거나 해결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절대적인 규범은 아니라고 하버 교회는 이야기한다. 조직적인 측면은 2014년부터 차츰 교회들이 독립적인 당회와 공동의회를 갖도록 조직화를 진행한다.

셋째, 교회개척자들이 동역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좋은 케이스가 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개인주의의가 강한 미국에서도 개척목사들의 외로움과 스트레스는 무척 심하다. 그리고 재정적 어려움과 사역적 부담도 크다. 혼자 개척하는 목회자들의 거의 90%가 5년 내에 목회를 접는다고 한다. 나름대로 소명도 받고 신학교도 마쳤고 헌신도 했지만, 실질적인 교회개척 사역의 현장은 지뢰밭이다. 지뢰로 가득한 밭을 개간해서 옥토로 만들어 열매를 거두기까지 씨름하는 것이 교회개척 사역이기에 지속적인 훈련과 성장이 필요하다.

여기에 하버 교회의 모델이 크게 관심을 끈 이유가 있다. 개척목사들의 정서적 이슈, 관계적 어려움, 영적인 시험, 목회의 실질적 고민 해결 등이 교회개척 지도목사인 딕 카우프만의 정기적인 방문, 교제, 세미나, 회의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버 교회의 개척자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서 각각의 교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멘토링 시간을 갖는다. 이는 분명히 중심 지도자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딕 카우프만 목사를 아는 사람들을 이구동성으로 그들이 아는 가장 거룩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주변의 개척목사들이 아는 그 누구보다 겸손하고 경건하며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넷째, 하버 교회의 기적은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미국에서 가장 교회가 없는 도시인 샌디에고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일이다. 미국에서 신앙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지역에서 일어난 기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교회를 안가는 지역에서 일어난 부흥의 사건이다. 딕 카우프만 목사가 52세에 개척한 것이다. 힘든 질병과 싸우면서도 이렇게 귀한 교회 모델을 세웠고, 아름다운 교회들을 개척했고, 탁월한 목사들을 길러냈다.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로서 하버교회는 한국 교회들이 연구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어려움에 처한 한국의 상황에서, 연약함을 가진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선하심과 능력을 신뢰함으로, 교회를 분립하는 교회를 개척하는 일에 도전하라고 카우프만 목사의 삶은 우리에게 외치는 것 같다.